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가야 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약간 특이한 면이 있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초속 5cm]는 그가 만든 최초의 상업 애니메이션이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난 퀄리티의 풍경씬이다. 풍경사진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한 씬이 인상적이며 그에 비해 인물의 작화가 비교적 엉성해보인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치고는 독특하게 인물의 독백씬도 많은 편이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특색이 있지만 화려한 영상미 하나로도 집중해서 감상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든다. 그 중에서 [초속 5cm]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크게 3가지 이야기로 나누어진다.
1. 벚꽃 무리
초등학교 때 서로 각별했던 아카리와 다카기는 초등학교 졸업 후 서로 다른 중학교로 진학한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연락을 하던 그들은 다카기가 멀리 가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되자 이사를 가기 전에 아카리의 집에서 가까운 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때마침 내리는 폭설로 열차는 계속 정차하게 되고 결국 약속시간에서 3시간 더 늦게 다카기는 그 역에 도착한다. 그래도 아카리는 그 역에서 기다려서 결국 만나게 되고, 서로에 대한 사랑은 절정을 이루게 되어 벚나무 아래서 첫 키스를 한다. 맨 처음의 사랑과 난생 처음 키스를 한 다카기. 그런 벅찬 순간에도 다카기는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낀다. 너무 어려서 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그 따스함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고 헤어진 그 둘. 서로 헤어질 때 전해줄 편지가 있었지만 전하지 못한다. 그 키스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2. 코스모너트(cosmonaut)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다카기와 그를 좋아하는 소녀인 카나에의 이야기이다. 그가 처음 전학을 왔을 때부터 좋아하게 된 카나에. 그를 따라 같은 고등학교에도 진학한다. 다만 그 마음을 계속 간직만 하고 있을 뿐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녀는 서핑을 좋아했는데, 그녀가 처음 파도타기에 성공하고, 그 기세로 고백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어딘가 멀리 떠날 것만 같은 다카기를 보면서 결국 고백하지 못한다. 코스모너트라는 제목은 이 이야기의 배경이 일본의 남쪽 비행발사대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고, 우주의 심연을 알기 위해 아무 것도 없는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비행사처럼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이와 같이 쓸쓸하고 외롭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3. 초속 5센티미터
다카기는 도쿄로 돌아왔고, 어른이 되어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 여자친구도 사귀지만 마음깊이 관계를 맺지 못하고,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을 보내다 결국 무언가 공백감을 느끼고는 퇴사한다. 이 편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종합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과 장면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소중히 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첫사랑에 대한 감정은 더욱 소중해진다. 이것은 첫사랑이 다시 이뤄지기를 바라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 당시의 나, 그 당시의 풍경 등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느끼는 애틋함도 더해진 것이기에 소중함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감정들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느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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