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아버지와 장기두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아버지가 장기에 집중하는 걸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소년의 가족들은 소년을 빼고 모두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혼자가 되어버린 소년은 아버지의 친구인 장기기사의 내제자로 들어간다. 소년은 여기서도 장기기사의 자녀들과의 트러블로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한다. 그럴수록 소년은 장기연구에 매달리고 결국 어린 나이에 프로기사가 된다. 프로가 된 뒤 소년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독립을 하지만 점점 자신의 삶과 원했던 삶의 괴리감이 심해진다. 그러던 즈음 한 가족을 만난다.
<소년에게 쉴 곳이 되어주는 세 자매. 그들도 말못할 이야기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발로 9권까지 나온걸로 알고 있다>
3월의 라이온은 소년 장기기사의 이야기이지만, 장기만화가 아니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고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이다. 3월의 라이온이란 제목의 뜻은 영국의 속담인 'March comes in like a lion, and goes like a lamb'에서 따온 것이다. 영국 봄날씨의 어수선함을 표현한 말인데, 소년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3월은 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봄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꽃이 피기에는 너무 이르다. 소년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 어수선하고 험한 날씨를 거쳐야 꽃이 피듯이 3월의 라이온이란 제목은 소년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기까지의 역경을 의미하는 듯 하다.
<여기서의 장기는 우리나라의 장기가 아닌 일본장기를 말한다. 약간 체스와 장기의 중간형태같기도 하다>
그러다 소년은 한 가족을 만나 소소한 행복, 같이 밥을 먹는다는 즐거움, 잊고있었던 가족의 편안함을 깨달아 가면서 자신의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주축을 이 만화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도 언급하면서 저마다의 생각들, 마음가짐들을 옅은 수채화로 채색하듯 강렬하진 않지만 독자들에게 서서히 스며들게 한다.
<프로로 독립해서 혼자 살지만 아직 서투르다>
대충 나의 느낀 점과 줄거리는 이렇다. 사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좋지만 이 만화는 가끔씩 나를 먹먹하게 만드는 대사들이 있어서 더 애착이 간다.
그때까지 나는, 자기가 '옳은가' 아니면 '틀렸는가'는, 재판처럼, 타인이 결정해줘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날, '내가 한 일은 틀리지 않다'며, 불안으로 가득한 중에도 한사코, 자기 마음의 키를 단단히 잡고 놓지 않던 그녀를 보고, 나는 내 안에는 없었던 빛을 발견했다.
어째서 이 세상은 '사랑받는 자'와 '사랑받지 못하는 자'로 나뉘는가. 누가 그것을 나누었을까.
'화끈한 승부수'와 '자포자기'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크리스마스는 통지표 같다. 그 한해 동안 친구들에게, 가족에게, 부모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는가, 어떤 식으로 사랑받고 있었는가.
성취감과 귀찮음은 언제나 짝지어서 다닌다.
도망치기 싫어서가 아니라 '도망치지 않았다'는 기억을 원했던 건 아닐까.
'하고싶은 말을 한다'는 것과 '해야만 하는 말을 한다'의 차이를 아는 것이 어른으로 가는 첫 걸음이다.
좋아하는 여자의 중대사에 '분위기 파악하다 아무것도 못했습니다'라면 남자로 태어난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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