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마음들을 움직여야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실 유행도 순환하듯이, 시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도 순환하면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일직선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엿볼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와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나를 포함한 3명의 20대(A, B, C)는 고전을 건드리고 약간은 대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위에 기술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책 좀 읽자는 우리들의 생각이 반영된 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 멋대로 고전을 평가해보고 대들어보고자 한다.
이번에 우리가 읽은 소설은 하퍼 리가 지은 [앵무새 죽이기]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사건을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설로 미국에서 많은 토론을 이끌게 한 소설이라고 한다.
<1920년대에 태어나서 아직까지 살아계시는 작가이다.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작을 낼 생각이라고 한다>
1.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은 전반적으로 오해와 편견의 패턴이 반복되는 형식이었다. 마치 장르소설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책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여성, 아이, 유색인종, 장애인, 저소득층 등 모든 소수자에 대한 편견들을 담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모든 편견이 다 담겨있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소수자와 연계하려는 다수자의 한 부류도 소수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A는 여성작가만이 가지는 특유의 온기, 고유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함이 느껴진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큰 맥락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이야기, 과정이고,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다른 이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화자의 아버지는 변호사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쓴 흑인을 변호한다>
2. 차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B는 이 책을 읽은 뒤 많은 생각들을 우리에게 털어놓았다. 차별의 시작은 오해에 의한 분노로 출발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 분노가 개인에서 집단으로 퍼지고 성급한 일반화가 추가되어 이미지가 정착이 되는 과정이 차별이라고 보았다. 거기서 사용되는 단어, 문장들로 인해 그 부류가 매도되기 시작하고 어느 한 사건에 대한 그 부류의 행동이 그 부류의 본질을 규정해버린다. 거기에 더해서 다른 집단은 그 집단의 행태를 이제 예측까지 하게 된다. 즉, 하나가 전부가 되어버리는 과정에서 차별이나 배제가 탄생한다고 보았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게이츠 선생님은 멀리 있는 차별은 이성적으로 거부하지만 자신의 생활범위 안의 차별은 침묵하는 경향을 보인다>
3. 이러한 차별의 해결방법은
가장 본질적인 해결 방법은 이해라는 점에서 다들 동의했다. 그 사람의 인생으로 걸어들어가서 지겹고 시간이 들더라도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심층적인 이해는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B는 이것도 하나의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사람들은 이러한 자원을 무한히 가질 수는 없다고 보았다. 자원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다 이러한 과정을 할 수는 없으니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보았다. 그 기준은 나에게 피해를 주느냐 주지 않느냐이다. 이는 다른 이의 결함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4.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하려 한다. 불완전하다는 것은 결함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러한 결함은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도 동의한다. 다만 자신의 기준에서 타인의 생각이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기준을 결함이라는 단어를 빌려서 사용하려 한다.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은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는 전통과 관습을 통해 실체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되고 다양해질수록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지고 천차만별인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개인의 파편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고작 피부색 따위여서는 안 된다. - Pee Wee Reese>
5. 존중과 포기
타인에 대한 이해는 타인에 대한 존중과 다름에 대한 인정을 포함한다. 이는 다른 의미로 타인이 나의 생활범위에서 나의 기준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이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A는 성 소수자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가진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자식이 만약 커밍아웃을 하고 성전환수술을 하겠다고 자신에게 말한다면 정말 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신과 다른 어떠한 것이 자신의 생활범위에 들어온다면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그저 이 또한 인간의 한계라고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6. [앵무새 죽이기]는 고전이 될 수 있는가?
이 책은 많은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인종차별이 주가 되는 만큼 미국에서 많이 읽힌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세상의 다원화되면서 그로 인해 비롯되는 오해, 편견, 차별의 문제는 더 심해질 것이다. 어쩌면 인간vs로봇의 차별이나 지구인vs우주인의 차별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책은 개별적인 문제를 담고 있지만 보편적인 문제를 도출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차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도출할 수 없었다. 다만 이것도 인간의 한계라고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오면서 많은 차별을 작게나마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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