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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운 생활

미덕의 불운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5. 29.

  자고로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마음들을 움직여야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실 유행도 순환하듯이, 시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도 순환하면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일직선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엿볼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와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나를 포함한 3명의 20대(A, B, C)는 고전을 건드리고 약간은 대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위에 기술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책 좀 읽자는 우리들의 생각이 반영된 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 멋대로 고전을 평가해보고 대들어보고자 한다.

 이번에 우리가 읽은 책은 사드의 [미덕의 불운]이란 책이다.

정확한 시대적 배경은 나오지 않지만 프랑스 대혁명 전후 혼란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미덕을 지키는 것을 중요시하는 요조숙녀의 몰락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저자인 사드 후작. 시대를 앞서간 성적 묘사와 사디즘이란 용어의 창시자답게 정신병원과 감옥을 들락날락한 인물이다. [미덕의 불운]도 감옥에서 저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1.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들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 소설이지만 지금 우리들에게는 그닥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마 이러한 장면들이 은연중에 우리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야기의 전개가 일반적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수순이 아니라 액자식 구조로 주인공인 쥐스띤느가 고통을 받는 이야기만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서사구조가 재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고갔는데, 결국 쥐스띤느는 언니를 만나 겨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으나 결국 벼락을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A는 사드가 이런 식의 결말을 원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결말에 대한 압박이 있음과 동시에 부덕의 상징인 언니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럽혀진 주인공이 천벌을 받음으로 풍자적 성격을 가미했다고도 볼 수 있다. B는 결국 주인공을 죽임으로서 고통과 부덕의 상징인 이승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결말이라고도 말했다.

<미덕의 불운 초판본. 검색해보니 충격적인 삽화가 많았다. 검색할 때 주의할 것>

2. 미덕의 불운에 대하여

 사실 이 이야기는 미덕을 고수하는 주인공의 불운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미덕을 고수하고 싶은 주인공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그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가깝다. 주인공은 이러한 선택에 기로에서 모두 미덕을 고수하고 정의를 지키는 쪽을 선택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하다. 이 이야기에서 핵심적으로 제기하는 질문은 '정의 혹은 미덕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 과연 행복한가?'이다. 주인공에게 충고하는 인물들은 세상이 부도덕한데 미덕을 지키는 것은 어리석다고도 말하고, 미덕을 지키는 것은 자기만족과 보답을 받고싶은 욕구를 충만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도덕을 지침으로 삼아서 행동한다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나 자신에게도 장기적으로 이롭지 못하다는 것은 모두 동의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3. 쥐스띤느(소피)에 대하여

  주인공인 소피는 매우 불운한 인물이다. 자신의 삶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미덕을 지키고 그것에 입각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지만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수동적인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생각과 행동이 쉽사리 이해가 가진 않았다. 자신의 안전을 비롯한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어한 자신의 미덕을 고수할 수단도 확실히 없었고, 그것을 만들 의지도 딱히 보이지 않았다. 단지 미덕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게 되면 닥쳐오는 자기혐오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을 고수한다. 게다가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거나 충고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박할 논리도 제기하지 못하고 결국 막판에는 자신의 삶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는 어린애적인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태도를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미덕을 고수한 대가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에 대한 보답은 사후세계에 있다고 믿으면서>

4.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A는 플라톤의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어떤 사람이 소크라테스를 보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결국 사후세계에서 복을 받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크라테스조차 이 문제에 대해 명확히 해결책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 A가 가장 와닿은 글귀는 여도둑이 소피에게 한 말이다. '미덕이나 부정의는 행복/불행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말대로라면 인간은 행복을 제1목적으로 사는 존재인데 이 목적과 상관이 없는 것은 미덕의 중요성을 배제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도 미덕이 있는 행동은 존경을 받으며 부도덕한 행동은 비난받는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행복추구적인 행동과 사회적으로 도덕적인 행동. 이 두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것을 선택하는 지는 개인적인 측면이다. 다만 이러한 선택을 한 뒤에 벌어지는 결과나 대가에 대해서는 변명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뒤에 벌어지는 결과들이 자신이 예측한 것보다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이 그와 같은 미래를 전부 확실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의 발단이 자신의 선택이라면 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한다.

<결국 어떤 행동을 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였다>

5. [미덕의 불운]은 고전이 될 수 있는가?

  B는 그 시대의 정신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고전이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지금 현재의 시대에서 문학적인 재미를 찾는 것은 실패했다고 보았다. 그저 전래동화처럼 비현실적인 장면도 많이 목격되었다. 등장인물도 일차원적이라 매력을 느끼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미덕과 행복에 대한 관계나 위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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