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마음들을 움직여야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실 유행도 순환하듯이, 시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도 순환하면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일직선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엿볼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와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나를 포함한 3명의 20대(A, B, C)는 고전을 건드리고 약간은 대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위에 기술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책 좀 읽자는 우리들의 생각이 반영된 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 멋대로 고전을 평가해보고 대들어보고자 한다.
이번에 우리가 읽은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이다.
이 책은 [소송] 혹은 [심판]으로 불리는데, 독일문학계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 3부작 중 하나이다.
<평범한 법률고문관이 독일문학계의 한 획을 긋는 문제적 소설가로 탈바꿈되었다>
1. 서술 방식에 대하여
등장인물이 마치 연극배우가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처럼 등장하거나 퇴장하는 느낌을 주었다. A는 이런 방식이 마치 꿈에서 진행되는 것 같다고 하였다. 꿈을 꾸면 꿈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갑자기 바뀐다거나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경험을 다들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꿈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미완성작이다. 그래서 탈고를 하지 않은 부분이 보이기도 한다. 번역도 한 몫을 할 수도 있었지만 글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반복되는 표현이 많아 환기가 되면서 집중이 더 잘된다는 사람도 있었다.
<[소송]을 영화화한 'The trial'의 한 장면. 얼핏 봐도 정상적인 재판이 아닌 인민재판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요제프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 애쓴다>
2. 주인공 요제프 K
요제프 K는 은행원으로 살다가 갑자기 체포된다. 하지만 그가 무슨 죄로 체포되었는지 체포하는 사람도 설명하지 않고, 체포된 이후에도 아무런 구금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 단지 피소되었다는 것을 집행자들이 주지시킬뿐. 그는 승소하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지만 그가 무슨 죄로 피소되었는지 자신을 심판하려는 법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소송이라는 심연으로부터 탈출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결국 체포된지 1년 후 두 명의 형리에 의해 밤의 도시를 통해 끌려가서는 한 채석장에서 '개처럼' 처형당한다.
<무죄를 입증하려는 요제프는 점점 출구없는 동굴 안을 향해 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3. 카프카의 혜안 혹은 광기
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고 어두운 면으로 가득차 있다. 공판 장면도 있고 체포 장면도 있으며 변호사 선임과정 등이 스릴러 영화처럼 진행된다. 이 소설의 큰 특징은 '왜'라는 의문을 아예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소송과정이나 결말 모든 것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무 것도 증명하거나 확증하지 않는다. 요제프K조차 자신이 왜 체포되고 피소되었는지 초반에는 의문을 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의문을 버리고 이런 음습한 체제에 몸을 맡긴다. 형법에서 죄형법정주의 중 적정성의 원칙이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죄와 형벌은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는 원칙인데 명확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유추적용하면 안된다. 또한 그 법률이 정법(正法)이어야 하는데 그 원칙이 적정성원칙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법원이 정당한지 법률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적정성원칙이 중요한 이유는 나치를 보면 알수 있다. 나치정권은 민주적이고 법률에 의거하여 합법적으로 수립된 정권이지만 그 결과는 유대인 학살, 2차대전 발발이었다. 카프카는 나치의 대두를 미리 알았다는 듯이 적정성원칙을 상기시키고 이러한 측면을 잘 부각시킨 작가이다.
<소설 후반부에 나오는 '문지기 이야기'는 이 소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통한다>
4. [소송]은 고전이 될 수 있는가?
요제프K는 자신이 체포당하기 전에는 이러한 법원이 있는지도 몰랐고 자신에게 이러한 일이 닥칠 줄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맥락들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오다가 상황이 닥치고 그제서야 인식하는 것이 사람이다. 또한 법치주의를 행함에 있어 끊임없이 법의 존재의미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의 내용 중 변호사는 피의자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피의자만이 법에게 '왜'라는 의문을 던지고 그 법의 의미를 파헤치는데 가장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잘 부각시킨 점에서 [소송]은 이 시대에도 많은 지침을 줄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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