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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운 생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세 남자의 건방진 평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13.

  자고로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마음들을 움직여야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실 유행도 순환하듯이, 시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도 순환하면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일직선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엿볼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와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나를 포함한 3명의 20대(A, B, C)는 고전을 건드리고 약간은 대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위에 기술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책 좀 읽자는 우리들의 생각이 반영된 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 멋대로 고전을 평가해보고 대들어보고자 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성공작이자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까지 탄생시킨 소설이다.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한 베르테르는 사랑에 대해 열정적인 남자로 그 사랑에 열병에 불타올라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 내용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샀다.

우리는 여러가지 가정을 통해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시켜봤다.

1. 베르테르가 지금 시대에 살고 있다면?

  베르테르는 전형적인 20대의 남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의 남자는 대체적으로 사랑 혹은 연애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그 때의 감정이 소중하다고 느끼지만 그 감정에 끌려가는 경향도 존재한다. 그걸 극대화시켜서 표현한 인물이 베르테르이다. C는 이 소설에 감정이 너무 가득차서 보기 불편하다고 하였다. 그는 화자와의 거리가 있는 쪽을 더 선호했다. 감정이입이 심하면 즐길 수가 없는 편이라고 했다. 막 거품이 흘러넘칠 듯 말 듯 맥주가 가득 따라져 있는 잔과, 맥주가 흘러넘쳐 식탁까지 적시고 있는 잔. C는 전자쪽을 더 선호했다. 이는 소설의 형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소설을 계속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화자와 독자를 동일시하는 1인칭도 아니고,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도 아닌 이 소설은 독자가 주인공의 편지를 받아서 경험하는 2인칭 시점을 택하고 있다. B는 베르테르가 지금 시대에 살고 있다면 어떨 것이라는 질문에 그의 감성을 지금 시대가 버거워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주인공처럼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예술가가 되거나, 현실의 순응하여 웹소설 작가같은 사람이 되었을 거라고 하였다.


<베르테르는 결국 사랑의 열병에 휩싸여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2. 베르테르에 대한 로테의 감정

  베르테르에 대한 로테의 감정은 어땠을까? 그를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호의였을까? 사랑했지만 다른 사람의 여자라는 사실에 얽매여 베르테르를 밀어낸 것일까? 아니면 사랑하지 않았고 베르테르의 착각이었을까? 우리들은 그걸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이 소설의 묘미라고 생각했다. 건축학개론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우리같은 경우는 다 드러나는 이제훈의 마음이 궁금하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수지의 마음이 궁금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되는 것이다. B는 여자의 마음이 다 드러나면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로테의 마음을 추측해보자면, 불쌍해서 동정심으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 로테의 대사 중 이런 것이 있다 "그냥 나란 인간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가질 수 없는 사랑이기에 더 불탄다" 만약 로테가 약혼자가 없었더라면 베르테르가 이토록 정열적으로 로테에게 구애했을까 우리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여기서 B는 "사랑은 자기반성이 없이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하고 옳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파멸이 시작된다"라고 코멘트하였다.


<이 작품의 저자인 괴테. 그는 25세에 이 작품을 쓰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3. 베르테르와 알베르트

  베르테르와 알베르트는 로테를 사이에 둔 연적이다. 로테를 약혼녀로 둔 알베르트와 이런 상황의 로테를 사랑하는 베르테르. 작중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베르테르는 감성의 대표격, 알베르트는 이성의 대표격처럼 여겨진다. 총명함과 성품을 인정받는 젊은이지만 딱히 얽매인 직업없이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베르테르의 처지와 관료로 일하며 약혼까지하는 등 사회가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길을 착실히 걷고 있는 알베르트의 처지가 대조되는 것이 근거들 중 하나이다. 작품 초반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베르테르는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일면이 가져오는 사회적 손실조차 그냥 넘기지 못해 결국 로테에게 한마디 듣고야말듯이 긍정신봉자였으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불타오르게 되고 나서는 이보다 더 부정적일 수 없는 사람이 된다. 그 부정적인 태도를 접하면 작품 초반의 긍정적이던 그의 태도도 결국 그의 본성이라기보다는 원하는대로의 자유로운 생활이 가져다준 '좋은 기분'에 따르는 일시적인 태도로 여기게 될 정도로 심한 기분파의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알베르트는 작품 후반에 볼 수 있듯이 운수 나쁜 날을 보내고 들어왔지만 로테가 베르테르가 다녀갔다고 말해도 크게 개의치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그런 날이라고 하여도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에 답장은 써야한다는 의무감과 또 아내의 정숙함을 의심치 않는 신뢰를 엿볼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베르테르는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결론적으로 두 인물은 두 가지 삶의 태도를 각각 대표하는 사람이라해도 무리가 없다. 여기서 우리는 이성과 감성은 서로 상충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했다. 이성의 반대가 감성이고 감성의 반대가 이성인지에 대해 우리는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상충하는 경우도 있고 서로 상호작용하거나 반작용인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성과 감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적당하고 납득이 가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었다. 다만 서로의 선호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인간의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를 이성과 감성 사이의 줄다리기>


4. 사랑의 형태에 관하여

  이 소설을 보고 사랑의 형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사랑의 형태에 관해 생각해보기 전에 사랑과 연애에 대한 구분도 필요하다고 보았다. 연애는 행위이지만 사랑은 감정이다. 둘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렇다면 연애와 사랑은 어떠해야 하는가?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만 가지의 사랑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성처럼 어느 기준 혹은 원칙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었다. 나의 사랑을 보여주기보다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라면 베르테르의 사랑은 조금 뒤틀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현주 작가의 -그래도 사랑- 중 발췌>


5.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고전이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C는 이미 살아있는 고전이아닌 죽은 작품이라고 보았다. 문학작품인 예술 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전달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작품은 괴테와 베르테르의 간격도 좁고, 독자와 베르테르의 간격도 좁다고 보았다. 이는 보통 일기와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었다. B는 이 작품이 사랑이라는 열병을 지나온 나이들, 그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환기를 시켜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았다. 아직 현대에서도 사랑때문에 많이 아파하는 사람도 있고, 극단적으로 보면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사랑을 거부당한 사람이 그 상대방을 죽이는 경우도 발견되곤 한다. 우리 삶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감정 중 하나인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랑의 열병을 어떻게 대하고 마주해야 하는 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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