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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운 생활

나비부인과 M.나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6. 12.

 

 

오리엔탈리즘은 영문학자이자 비교문학가, 문학평론가, 문명비판론자인 에드워드 사이드의 업적으로, 탈식민주의(Post-colonialism 혹은 Postcolonialism)의 주요 이론 중 하나이다. 간략히 말해 오리엔탈리즘이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인식이며 사이드는 그의 저서 『오리엔탈리즘』에서 서구 국가들이 비()서구 사회를 지배하고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분석했다. 그의 책에 따르면, 오리엔탈리즘이란동양과 서양이라는 인식론적인 구별에 근거한 사고방식이자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제도 및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 대한 서구의 인식과 태도는 문학에서 동양이 묘사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한 문화권에 대한 고정적이고 반복적인 묘사는 고정관념을 낳고, 독자들은 이러한 묘사를 자신의 문화권에 존재하는 도덕규범과 결부시켜 인식함으로써, 특정한 태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M.나비를 통해 나비부인을 의도적으로 해체하며 오리엔탈리즘의 실체를 고발한다. 한 프랑스 외교관이 사랑한 한 중국여성이, 실제로는 남성이었으며 정보를 빼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했던 스파이였다는 충격적인 실화에 나비부인의 상징들과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부여하면서, 데이비드 헨리 황은 나비부인을 뒤틀고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은 2 3장으로 구성되며 벨라스코(David Belasco)가 극본을 썼다. 등장인물은 다음과 같다

 - 나비부인, 핑커튼(미국 해군 중위), 스즈키(나비부인의 하녀), 샤플레스(핑커튼의 친구, 나가사키 주재 미국영사), 고로(결혼 중매인), 야마도리(부유한 일본인), 케이트(핑커톤의 미국 부인), 본조(나비부인의 아저씨) –

 미해군 중위인 핑커튼은 일본에 온 뒤 초초산과 결혼하지만 이내 고국으로 돌아가 재혼을 한다. 핑커튼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초초산은 핑커튼이 재혼한 부인과 함께 자신의 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자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홀로 자결한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핑커튼은 초초산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인물로, 진정한 사랑을 모르며 이기적이고 때로는 잔인하게 그려짐으로써 비판의 대상이 되는 듯 보인다. 초초산은 핑커톤과는 대조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는 헌신적이고 고결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오페라는 나비부인의 숭고한 사랑을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오페라에서 나비부인은 한마디로 나비이다. 작고 연약하며 아름다운. 나비는 또한 전통적으로 아시아의 여성들을 상징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녀의 대사와 행동, 옷차림을 통해 형성된다. 결혼식 날 처음으로 핑커튼을 본 그녀는 몸을 베베 꼬며 드디어 불행으로부터 빠져 나왔다고 홍조를 띠며 말한다. 결혼식은 온전히 핑커튼의선택으로 성사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 결혼이 진정한 사랑이라 믿고 그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실제로 핑커튼은 나비부인과의 결혼을 싼 값에 집을 사 좋아하는 정도의 일로 여겼는데도 말이다.(오페라 대사 참고) 나비부인은 거듭 자신은 좋은 신부가 되겠노라 다짐하고 남편을 위해 대대로 내려온 종교적 정체성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기독교로 개종한다. 그 동안 모시던 조상들의 인형들을 서랍에 넣고 자신은 이제 전통의식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그녀의 개종을 알게 된 본조는 격노하며 나비부인을 나무라는데 이 때의 무대는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며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가 매우 주술적으로 연출된다. 핑커튼이 미국으로 간 뒤 그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그가 남기고 간 재산이 떨어져 궁핍해지지만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매일 항구만을 바라보며 뱃소리에 일희일비한다. 또한 그녀는 아이를 빼앗긴 뒤 망연자실해 하고 조용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러한 인물 설정으로 인해 나비부인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비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또한 그녀의 운명과 생사는 핑커튼에 의해 좌우되며 그녀는 자신의 아이 또한 지키지 못한다. 한 가지 중요한 점으로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다. 나비부인 또는 초초상(蝶ちょう-나비라는 뜻의 일본어)이라고 불릴 뿐이다. 이름의 부재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한가지는 정체성의 부재이고 다른 하나는 동양 여성에 대한 일반화이다. 특정한 이름이 없이 나비부인이라 불림으로써 극 중 나비부인의 이미지는 어떠한 개인이 아니라 동양여성 전체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로 관객에게 각인 될 수 있다.

 

 

 

데이비드 황의 『M.나비』는 1986 5 11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실화를 소재로 한다. 20년 동안 오페라 여배우였던 중국인 정부를 도와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뷰리스콧(Bernard Bouriscot)에 대한 기사가 그것이다. 놀라운 점은 그 여배우가 사실 남자였으며 뷰리스콧은 20년 간의 연애에도 불구하고그녀가 실은 남자라는 사실을 체포될 때까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뷰리스콧은 재판에서 어떻게 애인의 나체를 20년 동안이나 보지 못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I thought she was very modest. I thought it was a Chinese custom" 

 

데이비드 황은 프랑스 외교관의 대답에서 서구가 가지고 있는 동양에 대한 깊은 고정관념을 발견하고 작품에 구상한다. 등장인물로는 르네 갈리마르, 송 릴링, 마르코 등이 있는데 르네 갈리마르는 중국 주재 프랑스 외교관으로 전형적인 남성성을 지니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완벽한 여자라고 생각되는 송을 만나 관계에서의 우위를 느끼며 남성성에 대한 갈망을 이루는 듯 보인다. 송 릴링은 자신에 대한 갈리마르의 감정을 이용해 조국을 위해 활동하고 결국에는 갈리마르를 나락으로 빠트린다. 마르끄는 강한 남성성을 지닌 인물로 사건상으로 봤을 때 중요한 인물은 아니지만, 갈리마르의 환상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등 갈리마르가 추구하는 남성성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1964년 베이징에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 르네 갈리마르는 우연히 오페라 <나비부인>을 보러 갔다가 주연으로 나온 여가수 송 릴링을 보고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둘의 관계는 점차 발전한다. 송은 갈리마르가 부영사로 승진하여 기밀서류에 관여하게 되자 미국의 베트남 정책 등의 정보를 빼내며 공산 체제의 유능한 스파이가 된다. 그러다 그녀는 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며 아이를 낳기 위해 사라진다.  그녀가 사라진 후 베트남 전쟁에 대한 갈리마르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면서 그는 본국으로 소환된다. 소환 이후 갈리마르는 막연히 송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1966년에 송 릴링은 우편배달부 생활을 하고 있는 갈리마르를 찾아 파리로 온다. 그는 아이를 공산당들이 데리고 있는데 아이를 만나려면 비밀 문서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이에 갈리마르는 기꺼이 스파이가 된다. 1972년 갈리마르는 검거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송 릴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송 릴링은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걱정한 프랑스 정부에 의해 중국으로 송환되고 갈리마르는 교도소에서 혼자 <나비부인>의 초초산 역을 하다 자살한다.

 

 

 

 

 이 작품에서는 크게 두 가지 요소가 전복되는데 하나는 동양적 인물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나비가 송이 아니라 르네라는 것이다. 재판에서 어떻게 20년 동안이나 르네를 속일 수 있었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송은 이렇게 대답한다.

 

“ …두번째 비결은, 동양 여자를 만나는 순간 서양 남자는 혼란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에 대해 일종의 국제적 강간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이는 근본적으로, ‘그녀의 입이 부정해도, 그녀의 눈이 긍정한다는 믿음을 칭합니다…”

서양은 스스로를 남성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거대한 총, 거대한 산업, 거대한 돈과 일치시키죠. 상대적으로 동양사람들은 여성적으로 여겨집니다. 약하고, 섬세하고, 가난하고….하지만 예술에 능하고 신비스러운 지혜로 가득한 존재. 소위 말해서 여성적 신비와 동일시 됩니다…”

그녀의 입이 부정해도, 그녀의 눈은 긍정한다. 바로 이 논리에 근거해 서양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이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굴복 당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여자란 스스로 혼자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송의 이러한 대사들은 공통적으로 갈리마르가 동양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 때문에 자신이 여성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르네가 송을 끈질기게 여자로 생각했다는 점은 동양에 대한 여성적 이미지가 얼마나 고착화되어 있는지 또한 르네가 남성성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성-한마디로참한’-을 얼마나 소유코자 했는지를 보여준다. 송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환상과 그녀의 동양성에 대해 힘의 우위에 있다는 확신은 르네 갈미마르를 강력한 남성으로 만들었다. 이에 힘입어 그는 외교관으로서는 동양에 대한 정책에, 그리고 남성으로서는 서양 여성에게까지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그는 송을 질투나게 할 목적으로 중국에 유학 와 있던 여대생 ‘르네’와 관계를 가진다)

그러나 갈리마르가 송을 지배하고 송이 갈리마르에게 복종하는 것처럼 보이는 외면과는 달리

실제로 그들의 관계를 조종하는 힘은 송에게 주어진다. 갈리마르를 이용하여 기밀 문서를 빼내고 결국에 갈리마르를 자살로 이끄는 사람은 송이기 때문이다. 본국으로 소환된 이후 막연히 송을 기다리던 그 때부터 갈리마르는 핑커톤이 아니라 초초상이며, 재판 이후 자신이 나비라고 알고 있던 실체가 실은 허구이며 진짜 나비는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갈리마르가 송에 대해 가지고 있던 환상들은 모두 ‘허구’라는 것이 줄거리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데 이 같은 반전이 의미하는 바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오리엔탈리즘의 실상이 허구라는 점이다. 『나비부인』이 극중극으로 삽입되어 있다거나, 작품의 마지막에서 송이 르네를 향해 “나비! 나비!” 하고 부르는 장면(『나비부인』에서는 핑커튼이 초초상을 향해 나비! 나비!” 하고 외친다), 작품 제목의 M이 Madam(마담-여성을 의미함)이 아니라 Mousier(무슈-남성을 의미함) 또는 Multi를 의미한다는 점은 『M.나비』가 『나비부인』의 전복임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오리엔탈리즘의 허구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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