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2014)
두 시간 이십 분이 넘는 러닝 타임이 전혀 의식되지 않는, 밀도와 흡입력이 대단한 영화이다.
영화는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점점 닉과 에이미 간의 대결구도 양상을 띄다가 결국 에이미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두 인물은 대중매체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데 그 경쟁이라는 것은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 즉 누가 더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알리바이를 짜느냐 하는 것이다. 닉과 에이미의 대결(누가 더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느냐)은 영화 속에서는 여론을 대상으로 하는 동시에 스크린 밖에서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대상으로 한다. 관객은 영화의 중반 전까지 ‘에이미는 실종된 것일까? 살해된 것일까? 닉이 범인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면서 영화 속에서의 대중과 같은 위치에서 닉을 바라보게 된다.
불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하던 에이미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후 남편의 인생을 파멸시키고자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한다. 그 시나리오는 남편을 ‘아내를 죽인 살인자’로 만드는 것으로 에이미는 완벽할 정도로 모든 것을 준비해나간다. 영화의 중반까지 닉은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정확히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그대로 당한다.
납치로 인한 실종에 맞춰졌던 수사의 초점은 어느새 살인으로 옮겨갔고 닉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다. 여론은 등을 돌렸고 닉은 사회적으로 매장될 위기에 처한다.
닉이 이 모든 것이 에이미의 계획임을 알게 되는 순간, 영화는 더욱 리드미컬해지는데 이때부터 영화는 닉과 에이미를 ‘공평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이 때부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똑같이 보여주기’ 방식을 통해 들려준다. 즉, 이 전까지의 영화는 좀 더 에이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닉의 행동과 이야기는 단순히 현재만을 담아내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보여지지만, 에이미의 이야기는 나레이션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제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은 에이미의 이야기(닉이 자신을 죽이려한다)를 더욱 신뢰하게 되고 닉을 점점 더 살인범으로 의심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에서 에이미는 자신이 처음에 원했던 바(남편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우는 일)를 얻진 못했지만 다른 방식을 통해 닉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이러한 승리(?)는 에이미가 대중매체의 속성과 힘을 잘 파악하고 이용했기 때문이다. ‘어메이징 에이미’의 에이미로 살아온 그녀는 진실보다 ‘진실 같아 보이는 것’이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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