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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잠시후도착의러브레터

의미 부여에 따른 공간의 변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13.

 문화연구를 하는데 있어 ‘공간’과 ‘장소성’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여기서 ‘장소’란 정주자가 ‘공간’에 집단적인 기억이나 삶과 체험을 투영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출했을 때를 말한다. 예를 들면 본래 병원 자체는 공간으로 바라보지만, 만일 그곳에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입원하게 됨으로써 슬프고 힘든 공간으로 기억 할 때 장소가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우리는 문화지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을 동원해 많은 관심과 문제의식으로 공간에 대해 접근가능 하다. 그런데, 공간 중에서도 ‘도시 공간’은 내포하는 의미들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 할 수 있다. 도시는 자전적인 기억들의 집합으로 이뤄진 공간이다. 그래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의 도시를 간단하게 정의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도시에 대해 정의를 내릴 때는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의미가 아니라 개인적인 층위를 고려한 해석이 필요하다. 텍스트에서는 파리를 예로 들어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거대도시 중 하나인 파리를 생각할 때 우리는 대표적인 건축물인 에펠탑을 떠올린다. 그리고 ‘예술과 낭만의 도시’라는 타이틀도 함께 떠오른다. 이렇게 파리에 대해 정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영화나 드라마의 역할이 클 것이다. 낭만적인 사랑을 자유롭게 나누고, 다양한 예술을 구현하는 공간을 파리로 그려냄으로써 이 도시의 공적인 이미지를 대량으로 만들고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파리라는 공간의 의미가 정형적인 틀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세련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A가 있는 반면, B에게 파리는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후미진 거리와 골목들, 슬럼과 주택들, 또는 서민들의 삶과 발자취가 남아있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즉, 누구에게나 통용되고 일반적인 이미지로 의미화가 되는 공간의 ‘전형성’을 뛰어 넘어 누군가의 시점이나 특별한 기억과 애착이 투영된 것이다.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화는 공간에 대한 친밀성, 익숙함으로 이뤄진다. 같은 맥락으로 도시공간은 개인들이 살아가던 도시에 대한 기억의 흐름과 체험의 단상들로 재현된다. 요컨대, 도시공간에 대해 조망하고 재현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그 결과로 다양한 장소성이 탄생된다. 공간에 대한 해석은 단순한 의미 추구만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복잡하고 유동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미작용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객관성을 중요시하는 전문가나 정책입안자들의 담론 속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다. 



 공간은 우리의 삶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삶의 양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문화연구의 도시와 공간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이게 됐다. 문화연구에선 ‘공간적 전환’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 전에 공간에 대한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면, 공간은 정치, 경제, 사회 권력 등의 개념을 쏟아 부어 형성시킨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간적 전환이란, 이러한 공간이 가지는 제도적, 환경적 영향력을 넘어서 공간이 재현하는 언어와 담론, 문화적 상징의 기능까지도 인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도시공간을 바라봤을 때, 도시 공간은 효율적인 조직화를 통해 관리되며 부와 잉여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공간적 전환이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공간적 전환은 개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는데, 도시의 공간적 전환도 누군가에게 도시는 욕망과 기호의 공간으로, 누군가에게는 빈곤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갈등과 모순의 공간으로 재현된다. 그래서 ‘이중적 도시’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편 도시의 장소성이란 공간의 타고난 지형 위를 기반으로 한 역사문화가 어우러지면서 탄생한다. 그리고 장소의 정체성과 정치성을 공간의 물리, 제도적 구성뿐만 아니라 공간에 스며든 삶과 경험, 기억으로 인해 형성되는 고유한 특성으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장소의 정치에 대해 연구 할 때 장소거주자들의 대안적인 삶과 기억과 전통과 같은 측면들에 주목을 하게 된다.  



 공간은 사회공간학적인 관점으로도 접근가능하다. 공간은 사회관계나 거주자의 삶을 생성, 배치하며 역사적으로 권력이 발현되는 과정을 현실화하기 때문이다. 텍스트에서는 공간을 제도에 의해 규정되는 수동적인 영역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역동적으로 생성되며 구체적으로 전개되면서 사회적 공간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리학자인 하비의 의견이 이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비는 공간이란 수동적이며 움직이지 않는 객체가 아니라 스스로 사회적 과정을 포함한다고 주장하면서 공간의 사회적 작동방식을 강조했다. 또한 그의 저서 인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를 통해서 파리라는 도시 속의 문화, 정치, 경제면의 역동적 변화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근대성의 전개과정을 서술했다. 하지만 여기서 도시공간이 갖는 근대성으로의 변화 과정이 능동적이라는 서술에 대해 의문이 갔다. 19세기 중반 파리에서 오스만이 시작한 도시계획은 그의 정치적인 의도로 이뤄진 것이었다. 비록 도로, 건물, 공원 등의 공간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근대의 모습으로 변모했으나 그 이면에는 시민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따라서 도시 공간의 변화는 정치권력에 의해 수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하비는 ‘만보객 되기’로 도시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디테일하게 관찰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며 공간과 장소를 이해했다. 그리고 ‘만보객 되기’ 글쓰기 방식의 길잡이로 발터 벤야민을 참고했다. 벤야민은 만보객 되기를 통해 도시 공간에 대한 섬세한 인문학적 문제의식과 혁신적 스타일의 문화비평을 결합시켜 탐방의 중요한 모델을 제시했다. ‘만보객’은 게으름뱅이, 한량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만보객이 된다는 것은 여유롭게 산책을 하듯이 공간을 바라보며 떠오르는 단상과 이미지들을 채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벤자민은 만보객 되기 글쓰기 방식을 토대로 도시 공간 속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빌려 도시의 다면성을 그려냈다. 그리고 이 관찰을 통해 도시의 전시된 상품들, 주술적인 매력과 상품에 대한 숭배를 통찰하며 근대적 물신주의를 발견했다. 

 이처럼 공간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항상 접하게 되는 필연적인 요소이며 개개인의 다양한 시각으로 재현되는 환경이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도시 공간에 대해 문화연구를 하고 사회공간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사회공간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때는 만보객 되기 방법을 통해 세밀하고 일상적인 관찰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잠시후도착의 의미부여에 따른 공간의 변화 포스팅이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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