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AESTE KOREA를 알게 된 경로
저는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공과대학에 속한 학생이기 때문에 공학교육혁신센터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더욱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IAESTE 인턴십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공학적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저에겐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학교에서 장학금 형태로 인턴십 지원 비용을 보조해주고, 현지에서 일하면서 생활비도 나오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알맞은 오퍼를 찾기 위해 정기모집 오퍼와 수시모집 오퍼를 자주 살펴보았습니다.
2. 인턴십 지원 및 승인까지의 절차
인턴십 지원 절차는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진행이 됩니다. 지원을 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은 많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 제출해야 할 서류들은 발급받아서 스캔을 하면 되고, 양식이 있는 서류들은 그냥 정보를 채워 넣으면 됩니다. 다만 영문이력서와 커버레터가 조금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자라온 토종 한국 학생이라면 이 문서들을 어떻게 작성할지 몰라 답답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 국제어학원에서 무료로 진행되는 영문이력서 & 커버레터 첨삭 강의에 참여하여 이를 잘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정기모집의 오퍼가 올라오면 우선적으로 자신의 전공에 가장 잘 맞는 오퍼를 찾아보면 됩니다. 구글맵과 근무지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근무지나 작업 환경들을 알아보면 좋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자리가 좋더라도 주변 환경이 좋지 않으면 본인이 힘들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 점들을 잘 고려하시길 바랍니다. 지원 서류를 모두 제출하고 선호하는 오퍼를 명시해 놓으면, IAESTE KOREA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를 선발합니다. 그 후 스카이프 면접을 거쳐서 최종 후보를 선발하게 됩니다. 스카이프 면접은 굉장히 편안하게 진행되므로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한 면접 중 이력서와 커버레터에 대한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 내용을 바탕으로 서류를 수정하면 됩니다. 수정한 서류와 인턴십 지원비용을 납부하면 노미네이션이 진행되고, 그 후 인턴십 선발 결과만을 기다리면 됩니다. 인턴십 선발은 외국에 있는 고용주가 결정하기 때문에 보통 한 달 이후에 결과를 받게 됩니다. 그동안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시면 됩니다.
선발이 완료되면 합격 서류를 받게 되고, 이에 서명을 하여 IAESTE KOREA측으로 보내면 됩니다. 항공권은 인턴십 파견 기간에 알맞게 각자 구매하면 되는데, 저는 인턴십이 선발이 안 되더라도 어차피 여행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미리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매해놓았습니다. 따로 여행 계획이 없는 분이라면 그냥 인턴십 선발 이후에 항공권을 구매하시길 바랍니다. 여행자 보험도 들어야 하는데, 저는 한국 보험회사가 일처리도 빠르고 연락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 따로 구매하였습니다.
어떤 나라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는 받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폴란드에서는 따로 비자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적합한 비자가 없으면 통장은 어떻게 만들고 급여는 어떻게 받을지 의문이 많았지만, 그냥 입국만 하면 된다고 해서 그냥 폴란드에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급여는 현장에서 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굳이 통장을 만들 필요도 없었고, 관광객 비자로 입국해도 큰 상관이 없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IAESTE 인턴십을 통해 학점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글로벌리더십센터에서 ‘글로벌현장실습’이라는 선택교양 과목으로 인턴십을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미리 인턴십 학점 인정 사전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글로벌리더십센터로부터 IAESTE 인턴십 지원비용을 장학금 형태로 보조받게 되었습니다. (작년의 경우에는 공과대학 학생은 공학교육혁신센터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년도에는 지원이 불가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출국 며칠 전 이 소식을 들어서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지만, 빠르게 서류처리를 하여서 글로벌리더십센터로부터 장학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학생이라면 이를 반드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IAESTE 인턴십에 세 번이나 지원한 끝에 인턴십 자리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2학년 때부터 인턴십에 지원했는데 그 때는 너무 어리고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고용주 측에서는 선발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고용주라도 선발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3, 4학년 때 인턴십에 지원하면 가장 적절할 것 같습니다. 앞서 지원한 두 오퍼가 저에게는 더 잘 맞고 파견국가도 제가 원하는 국가였기에 떨어져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퍼도 결코 나쁘지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3. 인턴 동안의 체험담(인턴수행, 현지생활 및 여행)
(1) 현지 생활
1) 혼돈의 첫 주
새벽 2시 30분, 독일 베를린에서 버스를 타고 폴란드 우지에 도착했을 때 매우 당황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마치 시골 버스정류장같이 생겼고, 주변에 편의시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ATM도 없어서 폴란드 화폐를 뽑을 수도 없었습니다. 워낙 짐이 많아서 우선 택시를 잡아타고 유로를 보여주며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아 너무나도 답답했습니다. 폴란드 돈이 없어서 신용카드를 보여주니 BANKOMAT이라고 하길래 대충 은행인 거 같아서 그렇다고 하고 택시를 탔습니다. BANKOMAT은 ATM을 뜻하는 거였고 결국 거기서 돈을 뽑아서 드렸습니다. 새벽 3시, 기숙사에 도착했으나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10분 정도 열심히 문을 두드린 끝에 경비원님이 깨어나셔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 새벽이어서 그런지 주말에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 흔적들이 기숙사 바닥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여기서 처음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을 간직한 채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 시차 때문에 약 이틀 동안은 계속 잠만 잤고, 인턴십의 시작도 갑자기 미뤄져서 앞으로의 삶이 암울하게 진행될 것만 같아 우울했습니다. 어느 정도 컨디션이 회복된 후 도시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나름대로 괜찮은 도시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 기숙사
모든 IAESTE 인턴 학생들은 같은 숙소에서 묵었습니다. 기숙사 시설은 한국에 비해 굉장히 열악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짐을 옮기는 데 굉장히 불편했고, 학생들이 거주하는 동안 페인트칠도 하여 역한 냄새가 났습니다. 복도는 마루로 되어있어서 지저분하였고, 인턴 학생들은 그 복도에 철푸덕 앉아서 밤새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댔습니다. 기숙사 복도에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문화충격이었습니다. 다행히도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임에도 널찍하고 깔끔한 편이었고, 온수도 펑펑 잘 나왔습니다. 간단하게 요리해먹을 수 있는 조리시설도 있었는데 사실 말이 조리시설이지 가스레인지 4개가 전부였습니다. 가스레인지도 라이터가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세제, 냄비, 그릇 등 조리기구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요리를 해먹기엔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저는 대부분 밖에서 밥을 사먹었지만 친구들이 가끔 같이 요리를 하자고 할 때만 요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기숙사 시설이 너무 열악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적응이 되니 그냥 살만 했습니다.
기숙사는 2인 1실로 운영되었고, 보통 동양학생은 서양학생과 숙소를 쓸 수 있게 배치를 해놓았습니다. 물론 서로의 문화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제 룸메이트는 네덜란드 사람이었는데, 약간 지저분하게 생활하는 거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을 보면 트러블이 생기는 걸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방문은 나무로 되어있었는데 조금 약해 보였습니다. 방 열쇠와 기숙사 입구 열쇠는 하나밖에 없어서 매번 외출 시 열쇠를 경비실에 맡기고 나가야 했습니다. 밤늦게 들어오면 기숙사 현관을 열 수가 없어서 경비실에 노크를 하고 열쇠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가끔 경비원님이 깊은 잠에 빠지시면 기숙사에 들어가기가 어려웠습니다. 방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끔 랜선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했습니다. 저는 노트북을 가져갔기에 인터넷 사용 요금을 냈고, 공유기로 와이파이를 생성하여 룸메에게 편의를 제공하였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지만, 웹서핑은 가능한 정도였습니다. 방에는 냉장고가 있어서 음식이나 음료수를 보관하기에 편했습니다. 또 방에는 세면기가 있었는데 세수하고 양치하기에도 좋고, 과일을 씻어먹기에도 참 편했습니다. 린넨과 담요는 제공되어서 편했고, 에어컨은 없었지만 그래도 시원해서 괜찮았습니다.
기숙사가 시설은 그렇다 쳐도, 거주하는 학생들이 참 예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서양권 IAESTE 학생들이 술 마시고 죽자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매일 밤 복도에서 술 파티가 열려서 굉장히 짜증났습니다. 조용히 눈치껏 마시면 상관이 없지만, 복도에 죽치고 앉아서 밤새도록 술을 마셔 대니 혐오감마저 들었습니다. 술만 마시면 양반이었고, 거기에 담배까지 피워대니 복도는 담배 냄새로 꽉 차 차마 나갈 수가 없었고 역겨울 정도였습니다. 이건 명백히 문화적 차이가 아니라 매너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폴란드 로컬 학생들은 밤늦게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놀기도 했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이런 짓을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이를 막는 사람도 없으니 정도가 더 심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해외 호스텔을 많이 이용해봤지만 이런 어치구니 없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짜증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3) 친구
저는 인종 차별은 하지 않지만, 저보다 먼저 도착한 서양 학생들이 너무나도 생활 패턴이 달랐기 때문에 그 부류와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내가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주로 일본, 홍콩, 마카오에서 온 동양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아무래도 생활 패턴이나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도착하고 난 이후에 온 서양학생들은 앞선 서양학생들과는 달리 매너도 좋고 생활 패턴도 비슷해서 친하게 잘 지냈습니다. 폴란드 우지에 파견된 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에 모두와 친해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학생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며 잘 지냈습니다. 한국 학생은 저밖에 없었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4) 교통권
폴란드 우지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교통카드 정기권을 구매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티켓으로는 트램과 버스를 주어진 기간동안 무제한으로 탈 수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격도 한 달에 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으므로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습니다. 트램 노선도 다양하고, 교통편도 자주 있고, 심지어 새벽에도 버스가 운행되므로 시내 이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승차권 소지 여부는 가끔씩 불시로 검사를 합니다. 다른 IAESTE 학생들은 무임승차를 하다가 적발되어 종종 벌금을 물었으니 꼭 유효한 티켓을 소지하시길 바랍니다.
5) 음식
폴란드는 한국에 비해 물가가 너무도 저렴하여 정말 먹고 사는 것만큼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커다란 피자 한 판이 오천원이고, 조금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게 밥을 먹어도 만원이 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뭐를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또한 폴란드에서는 음식 자체가 워낙 크게 나와서 혼자서 음식을 먹기엔 굉장히 벅찼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너무나도 힘들어서 10분 동안은 가만히 앉아서 소화를 시켜야만 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커피나 디저트도 굉장히 저렴했습니다. 수제 아이스크림 한 스쿱이 천원도 안 되었기 때문에 매일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저와 친했던 홍콩 친구도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만나면 무조건 아이스크림부터 먹었습니다. 저는 커피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커피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고 양도 많아서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이면 항상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밀린 일처리를 하곤 했습니다. 폴란드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찻집도 굉장히 많았는데 일을 마치고 나면 차 한 잔씩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습니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물가가 저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일 역시 매우 저렴했습니다. 과일 시장에는 체리, 블루베리, 복숭아, 청포도 등 다양한 과일이 있었습니다. 가격이 한국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해서 매일 같이 과일을 사서 먹었습니다. 만원이면 정말 풍성하게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과일을 좋아하는 저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떤 날은 삼시세끼를 과일로 다 해결한 적도 있습니다.
6) 교회
저는 평소 교회를 다니는데 폴란드는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라 교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교회에는 영어예배나 한국어예배가 없어서 난처했습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한인교회에 가기 위해선 바르샤바까지 나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일부러 바르샤바에 갈 구실을 만들어 한인교회에 나가곤 했습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가족같이 잘 챙겨주셔서 좋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역시 참 좋았습니다. (점심에 먹는 한식도 정말 맛있엇습니다.) 그리고 청년부 회장님도 저를 잘 챙겨주셔서 폴란드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스위스나 독일과 같은 선진국으로 가고 싶었는데, 적절한 오퍼가 나지 않아 폴란드라는 국가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폴란드로 가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물가가 다른 유럽에 비해 워낙 저렴하기 때문에 같은 돈을 가지고도 의식주를 풍부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물가가 비싼 나라로 파견되면 물론 월급도 많이 받겠지만 생활비용도 꽤 들기 때문에 여유롭게 생활하기엔 힘들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폴란드는 치안도 굉장히 좋아서 우리나라처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가 생각보다 괜찮은 나라여서 놀랐습니다.
(2) 인턴 수행
저의 인턴십의 시작은 원래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미뤄졌습니다. 이 사실도 출국날 공지받아서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게 첫 출근을 했는데 잡 오퍼에 쓰여 있던 내용과 다른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담당자도 달랐습니다. 담당자와 의사소통이라도 잘 되면 상관이 없는데 영어도 원활하게 하지 못하셔서 항상 동문서답을 하셨습니다. 저와 미국에서 온 IAESTE 학생은 너무나도 답답했고, 우울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더욱이 담당자가 이번 주만 저희를 담당하기로 했다며 다음 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IAESTE KOREA 측에도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알리고, IAESTE POLAND 측과도 대화를 시도하였습니다. 하지만 주말이 되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저희 둘은 앞으로 어디로 출근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다시 월요일이 왔고, 저희는 원래 잡 오퍼에 쓰여 있는 원래 담당자에게 찾아가 해결책을 내달라고 하였습니다. 원래 담당자님이 이곳저곳 전화를 하여 일자리를 찾아보았고, 저는 다른 연구실로 배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주말이여서 그런지 이 과정까지 IAESTE KOREA측의 빠른 대처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IAESTE KOREA는 평일에는 빠른 피드백으로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셨습니다. 일처리도 굉장히 빠르고 정확하게 하십니다.)
새롭게 배정된 곳은 수질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실이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는 MONSUL이라는 프로젝트를 맡아 Sulejow Reservoir의 수질에 대해 꾸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습니다. 잡 오퍼에 쓰여 있던 내용과는 다른 일이었지만 저에겐 이 일이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저를 담당하게 된 박사님은 영어도 차분차분하게 잘 하시고 굉장히 친절하셨습니다. 박사님 부인이 연구실 총 책임자이셨는데 두 분이 함께 연구하시는 게 참 보기 좋았고, 저에게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주시려고 하셨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연구실은 수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2주에 한 번 꼴로 호수의 물을 채취하러 가야 했습니다. 시내에서 한 시간 떨어진 Sulejow Reservoir에 가기 위해선 아침 일찍부터 차를 타고 나가야 했고, 그늘 없는 보트 위에서 10시간 이상 체류해야만 했습니다. 땡볕 아래에서 물 샘플링을 한다는 게 무척 힘들었지만, 박사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즐겁게 샘플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샘플링 한 다음 날은 바로 수질 검사를 시작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맡게 된 업무는 용존산소량(Dissolved Oxygen)을 측정하여 BOD5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박사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셨고, 저는 실험 순서를 차례대로 잘 정리하였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실수를 종종 했습니다. 물론 연구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자잘한 실수였지만, 왠지 모르게 박사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원인은 제가 실험을 잘하고 싶은 마음만이 가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꼼꼼하게 실험을 진행하였고, 실수 없이 BOD 측정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박사님과 박사님 부인도 실험을 잘한다며 항상 칭찬해주셨고, 언제나 여유로운 태도로 저를 대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인턴십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결국에는 좋은 곳으로 배정되어 즐겁고 알차게 인턴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3) 여행
폴란드는 주변 유럽을 여행하기에 좋은 국가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거주했던 곳이 수도인 바르샤바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에는 살짝 불편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국가로 가는 버스나 기차가 보통 바르샤바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로모션도 바르샤바 출발 교통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돈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뭐 엄청 나쁘진 않았습니다. 폴란드에서 인턴십을 하면서는 주로 폴란드, 독일, 체코, 헝가리 등으로 여행을 떠났고, 한 번은 큰마음을 먹고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과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까지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인턴십을 마치고 나서는 따로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을 여행하며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가항공이나 버스는 미리 예약하면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여행 계획을 미리 잘 짜놨습니다. (저는 기차보단 버스가 더 편해서 버스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숙소 같은 경우에는 보통 유스호스텔을 이용했고, 러시아나 스위스에는 현지 친구가 있어서 그 집에서 묵었습니다.
4. 해외인턴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저는 워낙 해외를 좋아하기 때문에 해외 인턴십 기회를 보자마자 곡 지원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영어가 부족하거나 실력이 부족해서 지원조차 꺼리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을지라도 해외 인턴십을 해보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과감하게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처음에는 두렵겠지만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혹시 인턴십 지원 비용이 걱정된다면 학교에서 이를 보조해 줄 프로그램이 없는 지 꼼꼼히 체크하시고, 만약 없다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현지 체제비는 근무하면서 다 나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교환학생과 해외인턴을 모두 다녀왔지만, 해외인턴을 할 때가 심적으로 훨씬 여유로웠고 개인 시간도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실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해외에 거주할 수 있는 여건도 적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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