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고전]이라 함은 시대를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많은 마음들을 움직여야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사실 유행도 순환하듯이, 시대가 중요시하는 가치들도 순환하면서 부각된다. 그러므로 역사는 일직선이 아니라 뫼비우스의 띠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대를 엿볼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의 당면한 과제와 시대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하여 나를 포함한 3명의 20대(A, B, C)는 고전을 건드리고 약간은 대들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위에 기술한 이유도 있지만 사실 책 좀 읽자는 우리들의 생각이 반영된 자리일 수도 있다. 우리 멋대로 고전을 평가해보고 대들어보고자 한다.
이번에 우리가 들여다 볼 책은 [인간실격]이다.
일본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자전적 소설로, 일본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 중 하나이다. 주인공 요조의 수기를 바탕으로 그의 일생과 생각들을 독자가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소설의 저자 다자이 오사무. 그 또한 요조와 마찬가지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 주인공 요조에 대하여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이 한 문장으로 요조의 인생을 말할 수 있다. 그는 선천적인 요인인지 후천적인 요인인지 모르지만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그 때문에 그는 인간을 자신과 동일시하지 못하고 관찰대상으로 보면서 살았다. 항상 주변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하려 애쓰고 관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언제나 익살을 떨면서 사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자신 또한 인간이면서도 인간이기를 간절히 바랬다.
<관계를 원하지만 또한 원하지 않는 사람. 요조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극대화시키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요조를 정의할 때 사람의 나약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하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나 심리에 있어 거부할 줄 모르는 사람의 불행을 이 소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거부할 줄 모른다는 것은 자신이 거부당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라도 말하고 싶다. 자신이 거절당한다면 참을 수 없이 괴롭기 때문에 남을 거절할 용기도 없다. 이렇게 남의 감정을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정작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인생을 내버려둔 사람이 어떠한 삶을 살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인간실격에 대해 다양한 매체에서 재조명하고 있다. 애니화된 인간실격>
2. 극단적인 캐릭터성
우리는 지금까지 많지는 않지만 세계고전이라고 할 만한 소설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주인공들이나 주변사람들의 성격이 대체로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A는 보편적인 캐릭터였다면 이야기에 대한 공감이 덜했을 것이라고 평했는데, 오히려 보편적이지 않아서 자신은 더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소설을 쓸 때 인물의 독특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과연 소설이라는 건물을 설계할 때 좀 더 병적인(특이한) 캐릭터를 설정해야 작품성이 배가되는가? 우선 현대 소설보다는 고전이 더 캐릭터가 돋보이는 측면이 많다는 것에 서로 공감을 하였다. 일단 [인간실격]은 우리가 읽은 소설 중 가장 직접적으로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한다고 보았다. 인간이 이상하다라는 인식에서 모든 문학이 시작한다. 즉, 문학의 문제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의 세계고전은 인간이 이상하다라는 관점에서 시작하므로 주인공과 주변인물의 성격을 극단적으로 꼬아놓는 방법을 구상했지 않았나 싶다.
3. 제목에 대하여
이 소설의 제목은 인간실격이다. 요조는 술과 마약에 중독되어 결국 자신은 인간의 자격이 없는 인간 실격이라고 결론짓는다. 요조는 나약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채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 또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격 혹은 실격은 어느 누구도 규정짓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조차도. 그러므로 이 소설의 마지막에 요조가 자신을 인간실격이라 규정하는 장면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계속 느꼈던 것이지만 인정하기 싫었던 '인간이지만 인간이 될 수 없는 자신'을 결국 인정하면서 마지막 생의 의지가 끊어진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그가 살아오면서 마지막에 내린 결론은 결국 희망이 아니었다.>
4. [인간실격]은 고전이 될 수 있는가?
요조같은 심리를 가진 인간이 현 시대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는 나약함이다.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사회를 형성하고 사랑을 하며 나약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알려고 애를 쓴다. B는 인간의 대한 고유하고 독특한 이해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전으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보았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매 순간 타인이 나랑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는 점,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