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킹걸 리뷰
클라라사태로 한동안 인터넷이 뜨겁더니 슬슬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저는 소속사와 클라라간의 진실공방이 뜨겁게 이어질 때 바로 그 사건 전에 터졌었던 영화 <워킹걸>기자회견 때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여론은 지금과는 현저히 다르게 다들 클라라편이었죠. 사람들은 저런 감독이 만든 영화라면 보지 않겠다며 당시에 막 개봉한 <워킹걸>을 보지도 않고 평점테러를 하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시끄러우면 시끄러울수록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원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데는 기웃거리는 편이라서..너무나 쉽게 노이즈마케팅에 걸려든거죠.ㅎㅎ 뭐, 하지만 솔직히 그 당시의 이슈나 사건들을 완전히 제외한다고 해도, 또는 클라라가 출연하지 않았고 다른 여배우가 출연했다고 하더라도 <워킹걸>이라는 작품에 관심이 갔을 겁니다. 굉장히 특이한 소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워킹걸>은 '성인용품샵을 운영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음지의 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용품샵'이라는 소재도 특이한데 여기에 당당하고 멋진 여성인 '커리어우먼' 이미지를 합치다니! 과연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될지 너무 궁금했죠. 그래서 영화를 찾아 보게 됐고, 오늘의 포스팅은 <워킹걸>에 대한 이야기로 꾸려보려고 합니다. 클라라사건과 같은 영화 외의 상황을 완전히 제외하고 영화자체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로 해요, 우리.
1. 컷과 컷, 씬과 씬의 연계성이 부족한 작품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미술감독이 각 장면마다 참 공들여서 준비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의 도입부에서 여주인공 백보희가 자신이 다니는 장난감회사를 출근하는 장면이 특히 그랬죠. 저런 회사라면 정말 출근하고 싶다할 정도로 환상적이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소품들. 관객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장면들이 진행되는 내내 뭔가 불편한 느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뚝, 저기서 뚝 끊기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죠. 각 씬마다 집중해서 준비한 건 알겠는데, 그림 전체를 위해 집중한 느낌이 아니라서 씬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 요소들을 굳이 따지자면 대사, 삽입음악, 컷 속도 등이 해당하는 것 같아요. 아쉬웠습니다.
2. 강약조절 실패, 감정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포인트 부분이 부족
영화는 관객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 '정점'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관객이 끝까지 자리에 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죠. 하지만 <워킹걸>은 이런 부분에 있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강약조절에 실패한 거죠.
이야기의 구조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장난감회사에서 인정받는 백보희의 모습(발단) - 한 번의 실수로 해고된 백보희(전개1 - 주인공의 좌절) - 오난희와의 만남으로 재기에 도전(전개2 - 새로운 방향설정) - 성인용품샵의 성공(전개3) - 남편에게 말하지 자신의 일을 밝히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갈등(위기1) - 남편하게 어중간하게 들킴(위기2) - 가정보다 일에만 집중하는 오난희를 떠나는 남편(위기3) -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고 가정으로 돌아오는 오난희(절정) - 하지만 몰래 계속 일을 하는 오난희(결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에서 가장 '강'을 줘야 할 곳은 단연 위기와 절정부분입니다. 하지만 <워킹걸>은 자꾸만 발단에도 '강', 전개에도 '강', 위기에도 '강', 절정에도 '강'을 주려고 합니다. 임팩트를 주고 싶어서 그랬던걸까요? 뭐, 어찌됐든 그로인해 이야기에 슬슬 몰입이 되고, 빠져들기 보다 달아오를만하면 힘이 쭉빠져버리고 마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3. 매력있는 캐릭터 설정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부족한 점만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캐릭터들의 설정들이 재밌습니다. 사람보다 성인용품기구로 성적만족감을 얻으려하는 오난희나, 아무때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허허거리며 웃고마는 경수, 아내의 사랑이 목마른 강성 등 충분히 흥미가 가는 캐릭터들입니다. 이 캐릭터들을 데리고 재밌게 못 꾸려나갔다는 점이 흠이지만요.ㅠㅠ
4. 왜 제목을 <워킹걸>로 했을까?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한 의문점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해보려합니다. 워킹걸. 일하는 당당한 여성을 뜻하는 말이죠.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제목과는 전혀 다른 선상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버리고, 가족을 택한 후에야 해피엔딩이 되버리죠. 영화의 마지막까지 남편은 백보희의 일을 인정하거나, 존중해주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백보희가 가족들 '몰래' 통화를 하며 '몰래'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제목이 워킹걸인만큼 가족에서의 엄마의 역할을 해내고, 동시에 자신의 일에 대한 존중을 받으면서 결말이 날수는 없었을까요?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그렇게 결말을 짓고 만걸까요? 그렇다면 워킹걸이라는 제목은 참으로 슬픈 제목이 되버리고마네요. 이룰수없는, 또는 결코 떳떳할 수 없는 워킹걸의 모습으로 영화가 끝났으니까요.
지금까지 잠시후도착의 영화 워킹걸 리뷰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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