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of Killing (2013)
1960년대에 인도네시아에서는 2~3년에 걸쳐 ‘공산주의 척결’이라는 명분 하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액트오브킬링의 감독 조슈아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는 인도네시아의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의 삶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찍던 중,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몇 대 째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는 그들이 단순히 실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몇 대 째 내려오는 보다 깊고 거대한 공포를 내면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대량학살에 대한 경험과 그로 인한 공포이다.
처음에 감독은 학살의 피해자들 (희생자의 유족들)을 인터뷰하기로 마음을 먹고 취재에 나섰는데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정부가 대량학살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좋아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피해자들도 정부나 혹은 가해자들의 보복과 나인이 두려워 진술을 꺼려했다. 그러던 중 ‘가해자들을 인터뷰 해보면 어떻겠냐’는 유족들의 제안을 듣고 감독은 가해자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해자들이 그들이 저지른 일에 대해 진술을 하고 묘사를 할 때, 너무나도 당당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살인을 심지어 자랑스러워 했고 그것으로 인해 취재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뿌듯하게 생각했다.
감독은 이후 인터뷰에서, 그들이 인터뷰가 끝난 후 너무나 흥분해서, 스텝들에게 자신들이 사람들을 죽였던 다리 위에서 기념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했던 것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해자들의 그러한 모습에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들이 포로들을 학대하며 기념사진을 찍던 모습이 연상되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들은 왜 자신들의 행동을 자랑스러워할까” 라는 의문에서 감독은 가해자 안와르 콩고에게, 그들이 했던 일들을 재현하는 영화를 찍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게 된다. 그는 그 제안을 수락했고 영화의 각본과 의상, 연출까지 직접 기획하여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액트 오브 킬링은 안와르 콩고를 비롯한 대량학살의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아낸 일종의 메이킹필름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가해자들이 그려내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되고,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의 기획과 제작, 모니터링을 통해 자신들의 행동을 거리를 두고 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해자들이 겪게 되는 감정과 태도의 변화가 이 다큐멘터리의 결말이며 핵심이다. 가해자들이 만드는 영화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초현실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면 할수록, 직면하기가 힘들어지는 내면의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결말 부분에서의 콩고의 처절한 모습과,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부정하는 말 사이의 모순과 간격이 끔찍하고도 처량하다.
‘악이 그리는 자신의 자화상’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던지며 혼을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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