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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도 사랑일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8. 1.

우리도 사랑일까

 

 

 

내용의 틀은 간단하다.

유부녀의 불륜.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정교히 짜여있는 장면들의 유기성을 발견하게 될수록, 영화가 말하는 그 이상의 무엇을 들을 수 있다.

 

마고의 남편 루는 좋은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사람이라 함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가족들과도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자상하고 가정적이다.

 

그런 루에게서 마고는 지속적인 결핍을 느낀다. 결혼한지 5년이 지났으니 신혼의 즐거움이 퇴색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마고는 그 이상의 헛헛함을 느끼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무척이나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니엘과의 비행기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그녀의 예민함을 잘 나타낸다. 그녀는 두려워하는 감정, 그 자체를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쉽게 넘어갈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주변에 이러한 대사를 실제로 할 만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분명 그는 무딘 사람은 아니다.

예민하다는 것은 신경질적인 것과는 다르다. 다니엘에게 정서불안이 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녀는 때때로 초조해하고 불안해하지만 그것이 결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하지는 않는다. 예민한 사람들이 때때로 그러하듯, 주변 사람들에게 시니컬하게 굴 때도 있을 법 하건만 그녀는 결코 그런 법이 없다. 루의 가족들이 집을 방문해서 시어머니와 알코홀릭인 시누이 제럴딘의 시중을 들며 기분을 맞출 때에도, 조카를 돌볼 때에도 그녀는 항상 착한며느리이다. 하지만 순간 순간 비치는 그녀의 씁쓸하고 서글픈 표정들을 영화는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영화는 줄곧 그 찰나의 순간을 관객의 눈 앞에 노출시킴으로써 그녀를 미워하거나 탓할 수 없게 만든다.

 

 

 

마고가 일상에서 느끼는 피로함과 때때로의 절망(자신의 예민함을 드러낼 수도, 이해 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은 집 안에서도 계속된다.

 

치킨요리 하나만을 몇 년 째 연구하고 있고, 마고가 샤워할 때마다 찬 물을 붓는 장난을 평생 해 나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관객은 루가 분명 좋은사람이지만, 슬프게도 마고와는 다른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마고는 순간의 감정과 찰나의 느낌을 집채만한 파도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성향과 기질이 다른 것은 물론이고 자녀계획에 대한 생각까지 다른 그 둘은, 보이지 않는 미묘한 긴장 속에 묶여있다. 허나 그 긴장의 끈 역시 마고의 눈에만 보인다는 사실이, 마고를 더 외롭게 한다.

그 때 나타난 다니엘. 그는 에너지가 넘치고, 무언가 풍부한 향미가 있는, 매력적인 남자이다. 남편이 옆에 누워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던 마고가 그런 그에게 끌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 하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끌고 가는 긴장은 상당하다.

 

 

 

“30년 후에 만나서 키스 한 번 하자라고 말하는 마고.

그래, 여기까지는 용납 가능하다.

 

허나 결국, 루를 떠나는 마고를 보며 관객은 다니엘 옆에서의 삶도 5년 후에는 지금과 같지 않겠어?”하는 물음을 떨칠 수가 없다.

 

어쩌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 라는 노래 가사처럼 새로운 것이 결국은 익숙한 것으로, 또 없어지는 것으로 변해갈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격렬히 사랑을 나누던 마고와 다니엘이 나중에는 쇼파에 앉아 나른히 정치뉴스만 보고 있게 되는 것 처럼.

 

 

 

그래서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마고가 실수한 거라 생각했다. 마고는 실수했는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모두 낡은 것이 되어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니엘 곁에서 마고는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요리를 하는 마고 곁에서 실루엣만 보이던 남자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루가 아니라 다니엘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과, 다니엘과 마고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루와의 그것과는 다르게 매우 에로틱하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를 가지지만, 상징적으로 보았을 때 마고가 다니엘의 곁에서 좀 더  여성으로서의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라는 확대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이 사랑을 논할 때 섹슈얼리티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영화가 마고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풀어나가고 그녀의 감정과 감각을 정밀하고도 세심하게 풀어내는 데에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의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그녀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유보시키고 머뭇거리게 만드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잘하지 않았다. 따뜻하고도 서글픈 색감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곡을 찌르는 연출력이 대단한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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