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댄스타임
감독 조세영, 2013, DocuDrama, 2013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국제경쟁 대상수상작
영화의 서브타이틀은 '인생에 리허설은 없었다! 어디에나 있는 그녀들의 어디에도 없는 인터뷰'이다.
영화의 장르가 말해주듯 영화는 논픽션과 픽션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면은 나이를 불문한 낙태 경험자들의 인터뷰, 드라마, 상징적 이미지의 연출, 실제 재판모습등을 넘나들며 낙태와 피임, 섹스, 사회 속의 여성과 인권, 생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유쾌하고 따스하다. 보는 내내 사람과 세상을 향한 감독의 따뜻하고 세심한 마음이 느껴졌던 영화이다.
영화에는 인터뷰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등장인물도 여럿이다. 몇달 전에 수술을 받은 20대 여성, 미혼인 초등학교 선생님, 만삭인 임산부, 아이를 둔 학부모, 예순은 족히 넘기셨을 것 같은 할머니들까지..
영화 초중반에 인터뷰 대상자들을 가리고 있던 모자이크가 서서히 사라지는 장면은 정말 감격적이다. 영화의 메세지와 감독의 의도가 감동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인 것이다.
영화의 픽션 부분인 드라마에서는, 우리가 전형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야기의 초점은 원치 않는 임신은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현실 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실수'라고 생각하는, 또 누군가는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계선 사이에서 임신의 무게는 너무나 무겁고 버겁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무게를 대부분 여성이 짊어지는 것을 목격한다. 무조건, 그리고 무작정 남성을 비난하거나 질타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아마 이는 신체적인 차이에서 기인하는 점이 있을턴데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그녀들의 시각에서 낙태와 피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는다.
"오늘 해도 돼? 라고 묻는게 다야"
"피임법은 왜 가르칩니까? 애들에게 섹스를 장려하는 겁니까?"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중절은 불법이니 법부터 지키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학교에서 교육받을 때도 중절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만 하지 피임같은 건 알려주지도 않았고 콘돔 얘긴 꺼내기도 부끄럽고..."
"한 번도 피임 안 한 적 없는데도 생리 즈음이 되면 엄청 공포에 시달렸어. 일주일 정도 예민해지는데 그걸 애인이 이해 못해주더라. 짜증났지"
소재가 소재인 만큼 약간의 걱정을 안고 보았는데, 걱정이 무색해지던 영화였다.
물론 중절에 대한 감독의 견해와 관점은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영화는 감독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실제 사회의 인식과 판례와 재판과정을 보여주고, 실제 임신중절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의 연출과 전개는 사람에 대한 조세영 감독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영화 초반의 할머니들의 표정과 말투, 후반의 굿판, 초등학교 선생님의 이야기 그리고 달팽이가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보고 나자 포스터에 왜 단화, 구두, 할머니신발이 모두 나오는 지 알 것 같았다.
현재 광화문에 있는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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