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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잠시후도착의러브레터

막장 사극인가 사극의 진화인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28.

막장 사극인가 사극의 진화인가
-논문 '<해를 품은 달> 막장 사극인가 사극의 진화인가'를 읽고-

 



  신문에서 ‘역사 없는 사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게 됐다. 그 기사에선 요즘 방영중인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 대해 언급하면서 원나라가 배경인데도 불구하고 변발도 안하고 의복도 한족풍에 가까운 등 고증이 엉망인 드라마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럼에도 ‘기황후’가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고증에 신경을 쓴 타 사극 드라마들은 시청률이 저조한 점을 들어 고증을 포기하고 오락성에만 집중하는 막장 사극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마치 이런 기자의 입장을 반박하려고 서술한 것 마냥 본문 텍스트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




 전통적 역사는 역사서술에 치중했던 반면 근대 역사학이 도래하면서 역사 연구를 통한 역사의 정체성 재확립의 노력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문자문화에서 마침내 지금의 영상문화가 도래하면서 영상에선 역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논의가 이뤄졌다. 영상 역사에서는 주어진 사료 자료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해 과거의 풍경화를 그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처음에 등장한 ‘전통사극’에선 역사적 사실의 처음과 끝을 그대로 가져와 묘사했다. 그 사이에는 상상력이 무한하게 진행된다고 해도 현실의 역사는 그대로 유지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극’은 이러한 기존의 방식을 허물고 현실의 역사가 아닌 꿈꾸는 역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극을 ‘픽션사극’이라 부른다.

 


 픽션(fiction)사극은 전통사극이 취하는 팩션(faction)사극과 달리 완전한 허구로 이뤄진 사극을 말한다. 픽션 사극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져 애매해진 탈근대 상황에서 탄생한 장르다. 전통 사극에선 역사가 목적이고 드라마는 수단일 뿐이지만 픽션사극에선 오히려 역사를 수단으로 사용하고 드라마를 목적으로 한다. 픽션 사극의 대표적인 예로는 MBC 수목시리즈로 방영됐던 <해를 품은 달>이 있다. 이 드라마는 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데 역사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역사가들이 보기에 픽션 사극으로 인해 역사왜곡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 드라마에 있어서는 역사가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유효하다. 하지만 픽션 사극과 같은 드라마 역사인 경우에는 이미 ‘내용이 허구’라는 전제로 출발하기 때문에 역사왜곡이라 비난 할 수 없다. 픽션 사극에서 다루는 역사는 가상의 역사다.


 픽션 사극은 대중들이 꿈꾸는 역사를 반영해주는 역할을 한다. <해를 품은 달>은 특정 시대의 역사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대중들이 꿈꾸는 역사를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를 들면 드라마 속 주인공인 이훤은 현대사회에선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순애보적 사랑을 보여줬다. 이런 사랑에 목말라 했던 대중들은 이훤의 사랑을 보며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 또한 이훤은 백성을 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펼쳤다. 마침 대선과 총선이 맞물려 있었던 시기에 해당 드라마로 인해 자신들이 꿈꿔온 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결핍을 드라마로 채우게 됐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한다. 탈근대 시대에선 기존의 문법들이 해체되고 누구나 역사가의 위치에 설 수 있는 주체적인 개인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더 이상 과거의 역사에 매달리기보다 현재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역사를 바라보며 우리의 갈망을 해결 할 것인가에 주목하게 됐다. 같은 맥락으로 픽션 사극은 현실의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제작될 것이다.

  

 

 

지금까지 잠시후도착의 영상과 역사의 관계에 대한 고찰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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