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Midnight - 현실적인 로맨스
이번에 내가 빠져든 영화는 'Before Midnight’이다. 비포 시리즈(Before Sunrise, Before Sunset)는 발이 부러져서 집에만 박혀있을 때 보게 된 영화였다. 같은 감독에 의해 1995년에 출연한 배우들이 2004년에도 쭉 이어서 등장하는 게 참 매력적이었는데, 과연 2013년에는 과연 이들이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의 비포 시리즈와 달리 ‘어떻게 셀린느와 제시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가’에 주목해서 봤다.
이전의 비포 시리즈 영화는 ‘낭만적’인 로맨스라는 느낌이 강했다. 낯선 두 남녀가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왔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일 것이다. 또 Before Sunrise에서는 둘이 말다툼을 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의견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Before Sunset에서는 서로에 대한 섭섭함으로 인해 말다툼이 시작되지만 이것도 얼마 안 있어 바로 화해하고 만다.
하지만,Before Midnight은 다르다. 전 시리즈보다 다툼하는 장면이 훨씬 많고 화해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리 서로 좋아서 만났다고 해도 본래 ‘남’이었던 사람들이기에 의견차이가 생기고 대립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셀린느는 페미니스트적인 경향이 강한 캐릭터다. 남성으로부터 독립된 한 명의 주체로 살고 싶어 하고, 그렇게 존중받기를 원한다. 이런 그녀의 모습은 Before Sunsise부터 시작됐는데, 두 아이를 낳고 엄마로서 살아가게 되는 Before Midnight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났다. 이제 감독은 둘만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에서 벗어나 실제로 둘이 함께 살았을 때 부딪치는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야 말로 관객의 진실 된 공감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실제 직장인들의 연애 이야기를 다룬 ‘연애의 온도’라는 영화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둘이 사랑해서 결혼하게 돼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가 아니라 ‘함께 살게 되면 둘의 가치관 차이, 육아 문제, 경제력 문제 때문에 하루도 안 싸운 날이 없었답니다.’가 현실이다. Before Midnight은 이런 부분들을 이전의 시리즈물과 달리 잘 꼬집어서 드러냈다. 주인공들의 나이가 40대로 접어들면서 이것저것 계산해야 하는 성숙한 어른이 된 것도 한몫했다.
하지만 내용면에서 이렇게 차이가 생긴 반면, 영화를 진행하는 형식면에서는 이전의 시리즈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상 셀린느와 제시가 끝없이 ‘대화’하면서 영화가 진행됐었는데, Before Midnigh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인공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혹자는 비포 시리즈가 ‘두 남녀의 수다 시간’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형식이 다른 영화와 달리 신선한 전개 방식이고, 두 주인공의 성격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이기도 한다. ‘사랑해’라는 단어 외에 사회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셀리느와 제시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답한다. 어쩌면 이렇게 차분하게 서로의 본마음을 끄집어내서 대화하는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로맨스의 형태일 수도 있다. 감독도 ‘애정행각’보다는 ‘대화’가 진정한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구성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주변 사람들이 Before Midnight를 봤다고 하면 다들 “그 영화 재밌어?”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나는 쉽게 ‘재밌다’라는 한마디로 대답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밌다고 말하기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영화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랑하게 돼서 서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다.
지금까지 잠시후 도착의 Before Midnight 비평 - 현실적인 로맨스를 그려낸 영화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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