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 인들 – 사악한 삼총사(Unholy Trinity)
세계화 경제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결정은 부자나라에 의해 주도된다.
부자 나라들 생산량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무역량은 국제 무역의 70%, 투자규모로는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의 70%~90% 를 차지한다. 따라서 규모적인 면에서 볼 때, 부자 나라들의 국가 정책이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타당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계 경제의 룰을 정하려는 부자나라들의 의도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들은 특정한 정책의 채택을 대외 원조의 조건으로 삼는다거나(conditional aid), 신자유주의 정책의 채택에 대한 대가로 특혜적인 무역 협정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가난한 나라들이 특정한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개도국들의 정책 형성과 채택에 보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장하준 교수가 <사악한 삼총사> 라고 말하는 다자적 기구들이다. IMF, WB, WTO가 그것들인데 이 기구들의 정책 결정 과정은 주로 부자나라에 의해 주도되거나 통제되고, 부자 나라들이 원하는 정책들(주로 신 자유주의적 정책들)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
<IMF, WB, WTO의 의사 결정 과정 혹은, 기구 내의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ü 유럽은 미국인을 부의장으로 함께 임명하면서, IMF의 의장을 임명할 수 있다. (Europe could appoint the head of the IMF, with an American in the number two position)
ü 미국 대통령은 세계 은행(WB)의 의장을 임명할 수 있고, 유럽은 이에 동의했다. (Europe agreed that U.S president could appoint the head of the World Bank)
ü IMF와 WB의 의사결정과정에서, 투표권은 기구에 대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분배된다. (기부금을 많이 내면 영향력이 강해지는 구조이고, 실제로 미국이 대부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ü WTO 내의 의사 결정 과정은 1국 1표 주의로 진행되고, 어떠한 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금 더 민주적이지만, 실제로 투표가 진행되었던 적은 한번도 없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의사 결정은 소수의 부자나라들의 모임에 의해 진행된다(몇 번의 round들-1998 제네바, 1999 시애틀, 2001 도하 등). 그리고 이 모임들에는 초청장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IMF 와 WB는 원래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 국가들의 재건 및 식민 지배를 갓 벗어난 독립 신생국들의 경제발전을 돕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하지만 제 2세계 외채 위기가 있던 1982년 이후 IMF와 WB의 역할은 크게 달라졌다. 이들은 구조조정 프로그램(Structural Adjustment Program)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이 기구들의 본래 임무에서 벗어난 정 부 예산, 산업 규제, 농산물 가격, 노동 시장 규제, 민영화 등 개발 도상국들의 거의 모든 경제 정책을 포괄하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런 임무 확장에는 문제가 있다. 차관에 조건이 붙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나, 조건 설정은 채무의 변제와 관련성이 깊은 영역으로 한정되어야만 한다.
IMF의 예를 살펴 보면, 처음에는 통화 평가절하 등의 국제수지 관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항만을 조건으로 달았는데 후에는 예산과 관련한 조건, 민영화에 대한 조건 까지 영역을 넓혀갔다. 영역의 확장 자체도 문제가 되거니와 확장된 영역에서의 조건들이 부자나라에게 유리한 쪽으로 설정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댓글